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싶었던 날 계속 바쁘게 살고 있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마음만은 늘 앞서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글은 그런 시기에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춰 보았던 하루를 정리한 기록이다. 겨울비가 촉촉하게 골목을 적시던 날, 삼청동은 유난히 조용했다. 청와대 근처 오래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도시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졌고, 그날의 공기 자체가 사람을 재촉하지 않았다. ⸻ 한옥 북카페에서 마주한 느린 시간 주택가 깊숙한 곳에 자리한 한옥 북카페는 정원과 감나무, 잔잔한 조경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방마다 전시된 달력들은 한 해를 급하게 넘기지 말고 천천히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듯했다. 손그림으로 담아낸 일상의 풍경, 사계절을 차분히 이어 붙인 구성은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 않아도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