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일 때
사람을 만날 때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말로는 아직 잘 잡히지 않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마음이 살짝 걸리는 그런 떨림.
저는 그걸 오래전부터
그냥 조용히 ‘느낌’이라고 불러왔습니다.
누군가의 첫마디보다 먼저
먼저 와 닿는 마음의 반응 같은 것.
⸻
좋다, 나쁘다 같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결이 잘 맞는 것 같다”
“뭔가 조금 어긋난 느낌이 있다” 같은 감각들.
예전엔 그냥
내가 예민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괜히 혼자 앞서 느끼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그 느낌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살아오며 보고, 듣고, 겪었던 시간들이
어느 순간 먼저 움직여
조용히 신호를 보내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
상대의 말투가 평소보다 살짝 느릴 때
숨 고르는 간격이 유난히 길어졌을 때
눈빛이 잠깐 머물렀다 사라질 때
그 작은 변화들이
말로 나오기 전에 먼저 와 닿는 날이 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 무슨 일 있었구나”
괜히 그렇게 느껴지는 날.
어쩌면 그 변화는
그 사람도 아직 모를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레
“괜찮아?” 하고 묻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
저는 많은 사람을 겪어본 사람은 아닙니다.
파도 같은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에 대한 느낌만큼은 자주 맞았어요.
돌아보면
많이 겪어서라기보다
작은 말투 하나, 얼핏 스친 한 표정
짧은 침묵 하나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지켜본 시간들 덕분이었을까요.
그게 쌓여
지금의 ‘느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내용보다 말 사이의 간격을 먼저 듣는 편입니다.
표정보다
표정과 마음 사이의 거리를 먼저 느끼고요.
이런 방식이 늘 편한 건 아니었지만
돌아보면
저를 여러 번 지켜준 것도
크게 소리 나지 않는 이런 작은 신호들이었습니다.
완전히 믿지는 못해도
함부로 무시하기엔
너무 여러 번 저를 건져 올려줬으니까요.
⸻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
설명은 늦는데 마음은 먼저 아는 것.
요즘의 저는
그걸 그냥 ‘느낌’이라고 불러두고 있습니다.
확신이라고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틀렸다고 넘기기엔
너무 자주 맞아온 감각.
그 조용한 신호 덕분에
저는 오늘도
조금 더 나를 지키는 쪽으로 기대봅니다.
⸻
혹시 당신에게도
설명보다 먼저 도착했던 느낌이 있었나요?
그 순간
당신 마음은 어느 쪽을 먼저 향했는지도 궁금합니다.
⸻
© Aboha Unni — 실제 삶을 바탕으로 글쓰기·영어·투자를 이어가는 개인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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