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끝이 시린 한겨울인데,
문득 그날의 따뜻한 등 뒤 햇빛이 떠올라 이 기록을 다시 꺼내본다.
점심을 야채 듬뿍 싸서 든든하게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밖으로 나섰다.
세탁소 볼일도 있고, 복사할 것도 있고, 장도 봐야 하고…
겸사겸사 발걸음을 옮긴 가을 오후였다.
바람은 살짝 불 뿐인데
햇볕은 등 뒤와 목덜미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아, 이런 햇빛.
걸어가는 내내
“오늘 가을 참 예쁘다”라는 말이
혼자 속삭이듯 흘러나왔다.
하늘에서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땅바닥엔 크고 작은 잎들이
바삭바삭한 소리를 품은 채 흩어져 있었다.
마치
“우리 좀 밟아봐요” 하고
가을 소리를 들려주려는 것처럼.
한쪽에서는 경비 아저씨가
낙엽을 한데 모으는 장비를 돌리는 중이었고,
길가엔 채 정리되지 못한 잎들이
햇볕을 받으며 제자리에서 반짝였다.
나는 일부러
그 잎들을 있는 대로 밟으며 걷는다.
바스락— 바삭—
이 소리가 왜 이렇게 좋은 건지.
맞아.
내가 좋아하는 가을은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천천히 걷다 보니
마음 한쪽이 말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조용한 기쁨이 스며오는 느낌.
가을 햇빛 덕분인지
몸도 마음도 어느새느슨해졌다.
멀리 반대편에서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등 뒤에 공 가방을 메고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아마 취미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겠지.
저렇게 우르르 걷다가
어디선가 자리를 잡고
두런두런 수다를 나누겠지 싶었다.
그 모습이 괜히 정겨워 보여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다.
세탁소도 다녀오고, 복사도 하고, 장도 보고,
천천히 걸으며 소화도 시키고…
오늘 하루,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다.
별일 아닌 일상인데도
시간을 잘 보낸 날 같아
괜히 마음이 가벼워졌다.
가끔은 이런 소소한 오후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오늘,
어떤 순간에서
조용한 행복을 느끼셨나요?
© Aboha Unni — 실제 삶을 바탕으로 글쓰기와 영어, 투자를 이어가는 개인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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