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당뇨를 앓고 있던 남편이
6개월 전 ‘눈 이상(망막 손상 소견)’ 진단을 받은 뒤,
우리 집 식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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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과야.” 그 한마디가 낯설게 들린 날
남편 퇴근 시간은 보통 8시에서 9시쯤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허리 물리치료를 받고 나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나 지금 안과야.”
순간, 나는 멈칫했다.
그 안과는 다름 아닌 내가 다니는 정형외과 바로 위층이었다.
“오늘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어?”
남편은 눈이 좀 이상하다고 했다.
낌새가 좋지 않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일찍 나왔다고.
사실 우리는 그 전날에도 한 번 부딪혔다.
“눈 보호해야 하니까 선글라스 끼고 다녀.”
그러자 남편은
“그런 거 안 껴도 돼.”
하며 또 툭 던졌다.
그 작은 말다툼이
그날의 예고편이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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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료 안내서를 받아든 남편의 얼굴 (당뇨·망막 손상)
안과 진료를 마치고 나온 남편은
조금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당뇨 때문에 망막 손상이 있는 것 같대. 큰 병원 가보래.”
진료 안내서가 손에 들려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일어났다.
‘아… 진짜 큰일이구나.’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날 우리는 백화점에 들러 선글라스를 샀다.
남편은 운전이 위험할 정도로
사물이 여러 개로 보인다고 했다.
“차선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이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흐리게 흔들려 보여서 어지러워.”
남편의 말이 길어질수록
나는 속이 더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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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함께 걷는 시간이 ‘동행’이 아니라 ‘관리’가 되어버린 날들
그 다음 날부터였다.
저녁 산책, 아침 산책…
나는 거의 두 달 가까이 남편과 함께 걸었다.
같이 걷는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그때의 산책은
사실상 ‘동행’이 아니라 ‘관리’였다.
남편이 비틀거리진 않는지,
운전 중 위험한 순간은 없었는지,
눈이 더 흐려지진 않았는지…
나는 걱정을 줄이는 대신
몸으로 들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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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국 아들이 나섰다 — 식단을 ‘가족 프로젝트’로
어느 날 문득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아빠 식단 내가 볼게.
아빠가 먹는 거 아침·점심·저녁 다 가족방에 올려.”
그날부터 남편은
체중을 재서 올리고,
먹은 걸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나도 큰일 났다는 생각에
식단을 거의 채소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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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풀때기만 먹고 어떻게 힘을 써?” — 당뇨 식단이 시작된 뒤의 갈등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남편의 불만은 장난이 아니었다.
“풀때기만 먹고 어떻게 힘을 쓰냐.”
“먹는 것만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 우울해진다.”
“우리나라 당뇨 인구가 몇 퍼센트인데
다들 약 먹고 잘만 살더라.
너무 유난스러운 거 아니냐.”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그런데도 나는
겹치지 않게, 질리지 않게
단백질도 챙겨주려고 별별 시도를 다 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잘하는 사람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데 남편은 또 말했다.
“짜장면 먹고 싶다.”
“라면 먹고 싶다.”
“양념갈비 먹고 싶다.”
“뭘 먹었는지 돌아서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그리고는
유튜브에서 음식 영상만 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딱 하나였다.
답답함.
그래서 어느 날
나는 그동안 챙겨준 식단을
사진으로 모아봤다.
정말 내가 ‘풀때기만’ 준 건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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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식탁은… 풀때기만은 아니었다
화면 속에는 속재료가 꽉 찬 김밥이 있었다.
신선한 상추를 겹겹이 깔고, 부드러운 연어와 달걀지단을 넣어 말아낸 김밥.
어떤 날은 초록빛 그린빈 위로 주황색 당근 꽃이 피어 있었고,
또 어떤 날은 샐러드 위에 데친 오징어와 팽이버섯전을 정성껏 구워 올렸었다.
쌀밥 대신 자리를 채운 달콤한 고구마와 고소한 견과류들.
그리고 마지막엔 보석처럼 뿌려진 블루베리까지.
짜장면처럼 화려한 맛은 아니었지만,
한 끼라도 더 건강하게 먹이고 싶어서
고심하며 고른 식재료들이 거기 있었다.
그 투박하고 단정한 그릇들을 보며
나는 혼잣말했다.
“아니야. 나… 정말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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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반년 후, 체중과 눈 상태가 동시에 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반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남편의 체중은
84kg에서 74kg대로 내려갔다.
투덜거리면서도
아침과 저녁은 샐러드를 먹는다.
예전 같았으면 밤 10시, 11시에도
뭔가 먹고 잤을 사람인데
지금은 물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게 하니
그것도 어느새 ‘습관’이 된 모양이다.
주변 사람들이 말한단다.
“얼굴색 좋아졌다.”
“건강해보여 좋다.”
“요즘 날씬해졌네?”
남편은 그 말이 싫지 않은 표정이다.
안과에서도
“이렇게 좋아지기 쉽지 않은데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제야 숨이 조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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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는 알게 됐다 — 사랑은 식탁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크게 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사랑은
그런 거창한 게 아니었다.
아침에 먹을 걸 고민하는 마음,
저녁에 또 겹치지 않게 내놓는 손,
투덜거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게 내가 보낸 사랑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불평을 하면서도 결국 먹었고,
결국 버텼고,
결국 좋아졌다.
어쩌면 우리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을 뿐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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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식탁은 어떠신가요?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식탁부터 바꿔본 적이 있으셨다면,
그 이야기도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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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ha Unni — 실제 삶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글쓰기·영어·투자를 이어가는 개인 아카이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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