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감성 글쓰기와 영어 성장, 그리고 꾸준함의 힘.

감성에세이

〈어머나, 네 살 아이의 뇌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니〉

아보하 언니 2026. 1. 5. 08:00

1. 우연히 마주친 짧은 순간, 그런데 발이 멈췄다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켰다가

추천 영상 하나를 무심코 눌렀습니다.

 

밥을 먹지 않아 혼나고 있는 첫째 아이,

굳은 표정의 아빠.

그 옆에서 네 살짜리 막내가

작은 의자를 끌고 오더니

아빠에게 손짓했습니다.

“여기에 앉으세요.”

그런 몸짓이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의자를 들고 와

울고 있는 형에게도 자리를 내주고,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마지막엔 아빠가 들고 있던 회초리를

툭 건드려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살짝 눈치를 보던 막내는

아빠를 껴안았습니다.

그리곤 형의 손을 잡고

조용히 문 밖으로 걸어 나갔어요.

 

단 몇 초 남짓한 장면이었지만

저는 화면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네 살 아이가 저렇게 할 수 있다고?”

마음속에서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됐어요.

 

 

2. 느낌이 지나간 자리에는, 설명이 따라온다

 

최근 뇌과학 강의를 자주 봐서였을까요.

그 장면이 단순한 감동으로만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저 아이의 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생각이 마음 한쪽에서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뇌과학에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보며

우리 뇌가 그대로 반응하는 현상을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라고 부른대요.

형의 울음, 아빠의 긴장된 표정....

막내의 뇌는 그 감정들을

자기 일처럼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겁니다.

막내는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의자를 내어주고, 물을 건네고, 회초리를 치운 일련의 동작들.

감정 → 판단 → 행동이

아주 빠르게 이어졌던거죠.

 

말보다 먼저 움직인 건

그 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3. 인간 안에 숨은 가장 순한 본능 — 돌봄

 

그 장면은 단순히 예쁜 행동을 넘어

사람이 본래 지닌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막내는 아빠의 권위를 무너뜨린 게 아니었습니다.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가장 작은 틈을 찾아 움직인 존재였습니다.

아빠에게 의자를 권했던 건

“당신도 잠깐 쉬세요”라는

작은 위로였을지도 모릅니다.

 

형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가던

그 작고 단단한 뒷모습.

언어보다 먼저 도착한 사랑의 신호 같았습니다.

 

 

4. 감정이 먼저 반응하고, 생각은 그 뒤를 따라온다

 

며칠 동안 저는 그 영상을 여러 번 다시 봤습니다.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묘하게 뜨거워졌습니다.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확실히 남는 어떤 여운.

 

‘이 감정이 오래 남는 건,

내 안의 공감 회로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일까?’

 

살다 보면 둔해지고, 무뎌지고,

설명하기 바빠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말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 감정이 내 뇌 어딘가에

조용히 저장된 것 같아요.

아주 천천히, 오래 남을 것 같은 방식으로.

 

 

💬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아직 말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먼저 마음을 흔들어 놓은 장면.

그 느낌을 믿어본 적이 있나요?

 

그 순간이 오래 남아 있다면

당신도 이미

누군가의 따뜻함을

몸으로 배운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 Aboha Unni — 실제 삶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글쓰기·영어·투자를 이어가는 개인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