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영어 성장을 중심으로, 감성 기록을 더하며 꾸준함을 쌓습니다.

감성에세이

🌿 보랏빛 노래가 데려온 하루

아보하 언니 2026. 5. 1. 08:00

대학 시절,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가사는 어렵지 않았고,
멜로디도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보랏빛’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모습도 기억난다.

 

여리면서도 단정했고,
순수한 얼굴에 도시적인 분위기가
살짝 얹혀 있었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괜히 마음 한쪽이 간질거렸다.

 

그저 노래 한 곡이었는데,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 따라오곤 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남편도 그 노래를 좋아했다는 걸.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조용히 이어져 있었구나 싶어
괜히 웃음이 났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향을 좋아해 왔다.

 

그 향을 알게 된 계기가
우연히도 그 가수의 이름과 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꽤 신기했다.

 

노래로 기억하던 사람이
생활 속 향기로 이어진다는 게
조금은 재밌고, 조금은 따뜻했다.

 

서로 다른 시간의 조각이
살며시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약속 장소로 서두르던 날이었다.

 

누군가가 손등에 제품을 발라주며
안쪽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무심코 안을 들여다본 순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그 사람이
내 앞에 서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내가 오래전부터 그녀의 제품을 써 왔다고 말하자
그녀는 환하게 반기며 인사를 건넸다.

 

그 몇 초가
묘하게 길게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예전에 그 노래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화면 속에서 보던 그 미소가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보였다.

 

그 시절,
TV 앞에서 괜히 마음을 보태던 시간이
이렇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시간은 멀리 흘렀는데
마음은 그때와 비슷한 자리에서
가만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자리를 뜨려던 순간
매니저가 말했다.

 

“사진 한 장 남기고 가시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사진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게다가 약속 시간도 다가와
조금 급히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말이 더 고마웠다.

 

카메라 앞에 서니
역시 어색해졌지만
그녀가 내 팔을 살짝 끼며 웃어 주었다.

 

그 순간 공기가 스르르 풀어졌다.

 

사진 속 우리는 조금 낯설지만
그때의 분위기만큼은 참 친근했다.

 

가끔 휴대폰에서 그 사진을 꺼내 본다.

 

선명한 건 얼굴보다
그날의 느낌이다.

 

한때 노래로만 알던 사람이
내 하루의 한 장면 속에 서 있었다는 사실.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입가에 조용히 미소가 번진다.

 

살다 보면
아무 상관없어 보이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한 줄로 이어질 때가 있다.

 

오래전 불렀던 노래가
지금의 일상으로 다시 스며들듯이.

 

당신에게도
노래 한 곡이
이렇게 오래 남아
삶의 한 장면과 이어진 적이 있나요.

 


© Aboha Unni — 실제 삶을 바탕으로 글쓰기·영어·투자를 이어가는 개인 아카이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