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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아침 등굣길, 마음을 멈추게 한 작은 순간들

영어하는 할매 2025. 12. 1. 08:00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아침, 도서관으로 향하던 길.
아이들의 발걸음이 비와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치 작은 극장처럼 펼쳐졌다.



발을 삐끗한 아이

조금 앞에서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한쪽 발이 살짝 삐끗했는지 잠시 멈칫했다.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힘껏 달려갔다.
아팠을 텐데도 다시 힘껏 달려가는 모습이 오래 남았다. 




아빠 손을 꼭 잡은 꼬마

조금 더 걸었을 때,
작은 우산을 흔들며 아빠 손에 꼭 매달린 꼬마가 보였다.
비가 떨어질 때마다 아이는 아빠 쪽으로 더 바짝 붙었고,
아빠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발을 천천히 옮겼다.

빗소리 속에서도
둘 사이에만 고요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할머니와 손주

조금 떨어진 곳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가 있었다.
둘은 서두를 것도 없다는 듯
비 오는 아침의 공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걸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아이

그 옆에는 우산을 쓰지 않은 아이 하나가
보도블록을 콩콩콩 찍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우산 끝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작은 리듬이 만들어졌고,
아이는 그 리듬에 맞춰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자기 세계 속으로 푹 빠져 있었다.

비 오는 날의 장난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페달을 밟아 아침을 가르는 아이

조금 더 가니 자전거를 탄 아이가
엉덩이를 실룩이며 지나갔다.

그 자세와 속도에서
“나 오늘 좀 멋있다” 하는 듯한 자신만의 스웨거가 있었다.
비를 가르며 멀어지는 뒷모습이
괜히 유쾌하면서도 시원했다.



준비물을 들고 달려오는 보호자

마지막으로 보인 건
가방을 뒤적이던 아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었다.

잠시 후, 손에 무언가를 든 보호자가
서둘러 아이를 향해 달려왔다.
아이의 얼굴이 안도하듯 밝아지자
보호자는 손끝의 긴장을 풀며 돌아섰다.

그 마음은
놓치지 않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비 오는 아침, 이 짧은 등굣길엔
누구는 뛰고, 누구는 손을 잡고,
누구는 장난을 치고, 누구는 묵묵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이 작은 장면들을 바라보는 동안
문득 어린 시절 내 등굣길도 떠올랐다.
아마 나 또한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저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겠지.

그 아침에 본 장면은
내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순간이었다.




당신의 기억 속 등굣길은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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