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넌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몇 해 전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지도 모를 말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에 깊이 박혔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자꾸 맴돌았다.
“내가 정말 그 정도로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인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사실 예전부터
“너랑 얘기하면 너무 길어.”
“그래서 요점이 뭔데?”
이런 말을 종종 들어왔다.
그때마다 뭔가 고쳐야 하나 싶다가도
습관처럼 흘려보내곤 했었다.
그런데 그날의 그 말은
유독 상처였고, 동시에 질문이었다.
⸻
스터디언에서 시작된 씽큐베이션,
온라인인데 왜 이렇게 따뜻하죠?
그렇게 며칠을
상처와 질문을 껴안은 채 지내던 중,
우연히 스치듯 본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분을 위한
무료 독서모임 참가자 모집.”
YouTube에서 ‘스터디언’이라는 채널을 알게 됐고,
그 채널 운영자가 만든 출판사 상상스퀘어에서
‘씽큐베이션’이라는 이름의 무료 독서모임을 운영 중이라는 걸 알게 됐다.
마침 떠 있었던 모집 공지.
‘습관’, ‘독서모임’, ‘무료’—
단어 하나하나가 천천히 마음을 이끌었다.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고,
그렇게 올봄부터 씽큐베이션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온라인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운영되겠어?’
‘무료인데 정말 정성이 들어갈까?’
그런데 막상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마치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어? 이거 뭐지?”
채팅방엔 쉼 없이 질문이 올라왔고,
매니저님들은 놀랄 만큼 정성스럽고 빠르게 답해주셨다.
참여자들 역시
각자의 시선과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진심이
오히려 오프라인보다 더 따뜻했다.
책을 읽고 반드시 서평을 써야 수료가 가능한 구조였지만,
그 ‘써야 한다’는 조건이
나에겐 오히려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왔다.
⸻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따라 나왔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써야 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생각이 엉켜서, 몇 줄조차 써내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꽤 오래 전부터
나는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좌절해왔었다.
‘아,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냐.
글 잘 쓰는 사람들은 타고난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포기하듯
부러워만 했던 시간도 길었다.
⸻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설픈 채로라도 쓰기 시작하니까
머릿속에만 맴돌던 생각이
조금씩 문장이 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이건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겠는데?’ 싶은
문맥이 만들어졌고,
내 안에 흩어져 있던 마음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다.
아, 이게 나의 언어화구나.
⸻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건
줄거리를 정리하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잊고 지내던 내 마음과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일상 속 사소한 장면들이
글로 남기고 싶은 ‘무언가’로 다가왔고,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들이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
물론 지금도 글쓰기는 쉽지 않다.
어떤 날은
한 줄도 이어지지 않고,
내가 말하고 싶었던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 다시 써 본다.
그 시간을 겪고 나면
조금은 내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쓰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넌 진짜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라는 그 말은
정말 내가 뭔가를 놓쳐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상대가 자기 감정을 전하기 어려워
답답함을 그렇게 던졌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게 누구의 부족함이었는지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이 내 안에 던져졌고,
나는 그 말을 시작으로
내 마음을 꺼내 쓰기 시작했으니까.
⸻
💭 마무리하며
서툴고 느리더라도,
이 연습은 지금의 나에겐 꼭 필요한 시간이다.
조금씩,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시간.
⸻
💬 여러분은 어떠세요?
혹시 여러분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던 적 있으신가요?
✍ 댓글로 나눠주시면,
저도 마음으로 함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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