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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의 유산』 완독 후기 | 1000페이지를 버틴 뇌의 변화와 독서 뇌가소성 이야기

영어하는 할매 2025. 10. 13. 08:00

1000페이지가 넘는 《폭력의 유산》을 완독하며 느낀 ‘뇌의 변화’와 ‘지속의 힘’,
울트라 리딩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한 집중력 회복의 여정을 기록했습니다.



1000페이지가 넘는 《폭력의 유산》을 끝까지 읽었다.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해는 잘 안 됐지만, 그 과정에서 내 뇌는 분명히 움직였다.
‘읽는 힘’보다 ‘버티는 힘’을 배운 한 달이었다.
나이 들어서도 뇌는 변한다는 걸, 몸으로 조금은 느낀 시간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울트라 리딩(Ultra Reading)’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혼자였다면 절대 완독하지 못했을 1000페이지를,
이 구조 덕분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 1. 책을 다 읽었다는 게 이렇게 낯설 줄이야

처음엔 단순히 시스템이 나를 밀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매일 50페이지씩 읽고 인증하는 구조.
사실 마음은 반쯤 떠밀린 상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집중의 결이 달라졌다.
내용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그 어려움을 버티는 ‘나’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예전엔 문장을 ‘이해하려 애썼는데’,
이제는 그냥 읽고, 넘기고, 다시 돌아보는 식이었다.

이때 떠오른 단어가 바로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이었다.
새로운 자극이 들어올 때마다 처음엔 피로하고 낯설던 문장들이
조금씩 덜 낯설어졌다.

이해는 여전히 어려웠지만,
머릿속 어딘가가 그 낯섦에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게 뇌의 회로가 반응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이게 바로 뇌과학에서 말하는 ‘뇌가소성’이 아닐까 싶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뇌는 자극에 반응한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 2. 이해보다 중요한 건 ‘지속의 근육’이었다

《폭력의 유산》은 영국 제국주의의 폭력과 그 잔재를 다룬 역사서다.
페이지마다 낯선 인물과 사건, 긴 문장들로 가득했다.

솔직히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내 안에서 반복됐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건,
책을 ‘이해하는 능력’보다 ‘끝까지 붙드는 근육’이 먼저라는 것.

몰입이 아니라 지속이었고,
완벽한 이해 대신 ‘완독의 기억’이 남았다.



🌍 3. 관련 없는 이야기 같았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였다

이 책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지의 역사라니 —
나는 한국인이고, 그 시대를 살지도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굳이 내가 이걸 읽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
그 표현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의 나라 역사처럼 읽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인간의 본성 이야기로 다가왔다.

말로는 옳음을 외치지만,
그 속에 누군가를 짓밟는 힘이 숨어 있는 모습.

그걸 읽으며 문득 나도 돌아보게 됐다.
나 역시 일상 속에서 ‘옳은 말’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적이 있지 않았을까.

《폭력의 유산》은 내게 ‘폭력의 역사’보다
‘인간의 모순’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이해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폭력은 타인을 향하지만 흔적은 결국 우리 안에 남는다.
그 문장이 마음 깊숙이 남았다.



🌱 4. 예전엔 쳐다보지도 않던 두께의 책이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예전의 나는,
두꺼운 책을 보면 제목조차 읽지 않고 돌아섰다.
“나랑은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점에 가면
그 두께를 보며 “이건 어떤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어려운 책은 어렵지만,
겁부터 먹는 사람은 더 이상 아니다.

그건 아마 ‘읽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뇌가 조금씩 다시 설계해준 덕분일지도 모른다.



🪞 5. 읽었다는 사실이 준 가장 큰 선물

완독 이후, 내용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내 안에는 묘한 자신감이 남았다.

‘나는 한 번도 안 해본 걸 끝까지 해봤다’는 경험.
그 경험이 뇌 안에 작은 흔적을 남겼다.

이해의 기억은 흐릿해도,
버텨낸 감각은 오래 남는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걸 배우는 능력’이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시작하려는 용기가 줄어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 마무리하며

《폭력의 유산》을 다 읽고 나니,
이제 ‘두꺼운 책’이 아니라 ‘긴 여정’이 보인다.

읽기의 목적이 이해가 아니라 ‘변화’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체감했다.

책은 여전히 어렵지만,
나는 조금 달라졌다.
읽는 나의 뇌가 천천히 확장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여러분은 언제 마지막으로
‘끝까지 해낸 나 자신’을 경험하셨나요?

그 순간, 뇌도 분명히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을 거예요.
그게 바로 독서 뇌의 순간,
우리 안의 회로가 다시 깨어나는 시간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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