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주와 함께하는 일상의 장면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이어지고 남는지를 돌아본 감성 에세이입니다.
⸻
손주와의 일상 속에는 사랑의 진심이 숨어 있다.
‘형아’라 부르는 한마디, 모르는 척하는 순간,
사랑을 확인하려는 질문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는 것을.
⸻
1. “형아”라고 부르는 소리
작은 손주가 형을 향해
“형아—” 하고 부를 때면
그 짧은 두 음절이 내 귀에 유난히 따뜻하게 울린다.
그건 단순한 부름이 아니라
사랑이 오가는 소리처럼 들렸어요.
동생은 형을 바라보며 믿고 의지하고,
형은 그 부름 속에서 자기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듯했다.
그 순간, 사랑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듯했어요.
그 짧은 부름 속에
가족의 온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으니까요.
⸻
2. 👀 모르는 척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기다린다
평소엔 애교 많고 다정하던 손주가
가끔은 나를 살짝 모르는 척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예전엔 그럴 때면 조금 서운했죠.
괜히 마음이 멀어진 것 같아서요.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오랜만에 봐서 생긴 낯설음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아마 아이도 자기 안에서 감정을 정리하느라
잠깐 거리를 두는 중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럴 땐
그저 조용히 웃으며 기다린다.
그러면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가 다시 다가와 내 손을 꼭 잡는다.
그 작은 밀당조차
이젠 사랑스러운 놀이처럼 느껴진다.
⸻
3. 💬 “나는 안 예쁘죠?” — 사랑의 확인 신호
5살 차이 나는 형제 중 형은
가끔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 나는 안 예쁘죠?
나도 아직 예쁜가요?”
그럴 때면 마음이 뜨끔해서 잠시 말이 멈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 아이에게 온통 사랑을 쏟아부었는데도
이젠 그 시절의 감각이
그 아이 마음속에서는 희미해진 것 같았다.
“너도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는 많이 사랑해.”
아무리 말해도
그 말이 가닿지 않는 듯한 표정.
그 한마디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의 신호였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그 물음마저도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4. 🌈 슈퍼에 가자던 아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주가 말했다.
“할머니랑 슈퍼 가면 너무 좋겠다.”
그 말 속엔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반짝이는 기대가 들어 있었다.
우리 집 근처 슈퍼의 게임 뽑기 기계가
그 아이의 작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돈은 챙겨야 해요.”
그 말 한마디에 웃음이 번졌다.
지폐만 챙겨온 걸 알고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편의점 가서 이렇게 말해 봐.
‘이 지폐 500원짜리로 바꿔 주세요.’”
“나 잘할 수 있어!”
의기양양하게 들어간 편의점.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니
계산대 앞엔 손님이 서너 명 있었다.
차례가 더디게 오자
아이는 혹시 잊을까 봐
입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 지폐… 오백 원짜리로 바꿔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작은 어깨가 긴장으로 들썩이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 아이가 자기 안의 용기를 스스로 붙잡고 있구나’ 싶었다.
잠시 후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500원짜리로 바꿔 주세요!”
직원이 웃으며 동전을 내밀자
아이는 환하게 뛰어나왔다.
“할머니, 나 완전 잘했지?”
그 말에 웃음이 터졌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만들어낸 그 순간의 공기,
그 안에서 나는 마음껏 행복했어요.
⸻
🌷 마무리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늘 사랑의 연습이자 마음의 공부다.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사랑이 있는 곳을 알아본다.
기억은 희미해질지라도
그때의 따뜻한 공기와 향기,
그 속의 마음은 오래 남는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
먼 어른이 되더라도,
그날의 따뜻한 공기가
그들의 마음 어딘가를 지켜주길 바란다.
그게 내가 손주들에게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이에요.
⸻
💬 독자에게 전하는 질문
당신에게도,
기억은 흐려졌지만 여전히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 ‘사랑의 장면’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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