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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세이

💛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 — 두 손주에게서 배운 마음의 언어

영어하는 할매 2025. 11. 3. 08:00

두 손주와 함께하는 일상의 장면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이어지고 남는지를 돌아본 감성 에세이입니다.

 

 

손주와의 일상 속에는 사랑의 진심이 숨어 있다.

‘형아’라 부르는 한마디, 모르는 척하는 순간,

사랑을 확인하려는 질문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는 것을.

 

 

1. “형아”라고 부르는 소리

 

작은 손주가 형을 향해

“형아—” 하고 부를 때면

그 짧은 두 음절이 내 귀에 유난히 따뜻하게 울린다.

 

그건 단순한 부름이 아니라

사랑이 오가는 소리처럼 들렸어요.

 

동생은 형을 바라보며 믿고 의지하고,

형은 그 부름 속에서 자기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듯했다.

 

그 순간, 사랑이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듯했어요.

그 짧은 부름 속에

가족의 온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으니까요.

 

 

2. 👀 모르는 척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기다린다

 

평소엔 애교 많고 다정하던 손주가

가끔은 나를 살짝 모르는 척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예전엔 그럴 때면 조금 서운했죠.

괜히 마음이 멀어진 것 같아서요.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오랜만에 봐서 생긴 낯설음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

 

아마 아이도 자기 안에서 감정을 정리하느라

잠깐 거리를 두는 중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럴 땐

그저 조용히 웃으며 기다린다.

 

그러면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가 다시 다가와 내 손을 꼭 잡는다.

 

그 작은 밀당조차

이젠 사랑스러운 놀이처럼 느껴진다.

 

 

3. 💬 “나는 안 예쁘죠?” — 사랑의 확인 신호

 

5살 차이 나는 형제 중 형은

가끔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 나는 안 예쁘죠?

나도 아직 예쁜가요?”

 

그럴 때면 마음이 뜨끔해서 잠시 말이 멈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 아이에게 온통 사랑을 쏟아부었는데도

이젠 그 시절의 감각이

그 아이 마음속에서는 희미해진 것 같았다.

 

“너도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는 많이 사랑해.”

아무리 말해도

그 말이 가닿지 않는 듯한 표정.

 

그 한마디는,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의 신호였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그 물음마저도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4. 🌈 슈퍼에 가자던 아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주가 말했다.

“할머니랑 슈퍼 가면 너무 좋겠다.”

 

그 말 속엔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반짝이는 기대가 들어 있었다.

우리 집 근처 슈퍼의 게임 뽑기 기계가

그 아이의 작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돈은 챙겨야 해요.”

그 말 한마디에 웃음이 번졌다.

 

지폐만 챙겨온 걸 알고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편의점 가서 이렇게 말해 봐.

‘이 지폐 500원짜리로 바꿔 주세요.’”

 

“나 잘할 수 있어!”

의기양양하게 들어간 편의점.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니

계산대 앞엔 손님이 서너 명 있었다.

 

차례가 더디게 오자

아이는 혹시 잊을까 봐

입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 지폐… 오백 원짜리로 바꿔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 작은 어깨가 긴장으로 들썩이는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이 아이가 자기 안의 용기를 스스로 붙잡고 있구나’ 싶었다.

 

잠시 후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500원짜리로 바꿔 주세요!”

 

직원이 웃으며 동전을 내밀자

아이는 환하게 뛰어나왔다.

 

“할머니, 나 완전 잘했지?”

 

그 말에 웃음이 터졌고,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 아이의 표정과 몸짓이 만들어낸 그 순간의 공기,

그 안에서 나는 마음껏 행복했어요.

 

 

🌷 마무리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늘 사랑의 연습이자 마음의 공부다.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사랑이 있는 곳을 알아본다.

 

기억은 희미해질지라도

그때의 따뜻한 공기와 향기,

그 속의 마음은 오래 남는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

먼 어른이 되더라도,

그날의 따뜻한 공기가

그들의 마음 어딘가를 지켜주길 바란다.

 

그게 내가 손주들에게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이에요.

 

 

💬 독자에게 전하는 질문

 

당신에게도,

기억은 흐려졌지만 여전히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 ‘사랑의 장면’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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