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아침, 도서관으로 향하던 길. 아이들의 발걸음이 비와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치 작은 극장처럼 펼쳐졌다. ⸻ 발을 삐끗한 아이 조금 앞에서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한쪽 발이 살짝 삐끗했는지 잠시 멈칫했다.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힘껏 달려갔다. 아팠을 텐데도 다시 힘껏 달려가는 모습이 오래 남았다. ⸻ 아빠 손을 꼭 잡은 꼬마 조금 더 걸었을 때, 작은 우산을 흔들며 아빠 손에 꼭 매달린 꼬마가 보였다. 비가 떨어질 때마다 아이는 아빠 쪽으로 더 바짝 붙었고, 아빠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발을 천천히 옮겼다. 빗소리 속에서도 둘 사이에만 고요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 할머니와 손주 조금 떨어진 곳에는 할머니 손을 잡고 천천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