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엔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사람이었다. 밥을 먹고 나면 그 자리에서 그릇을 씻고 정리해야 마음이 놓였거든. 싱크대에 뭔가 남아 있는 게 그렇게 싫더라. ㆍ ㆍ ㆍ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허리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예전처럼 바로바로 움직이기가 어려워졌지 뭐야. ※ 처음엔 ‘내가 좀 게을러진 건 아닐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괜히 무거워졌어.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는 걸 깨닫게 됐어. ✧ 그래서 지금은 설거지를 모아서 한 번에 해. 그건 내 몸에 맞는 방식이기도 하고, 내 삶의 리듬을 존중하는 선택이기도 해. 완벽하게 집안을 관리하지 않으면 어때. 오늘 조금 덜 하면 내일 조금 더 하면 되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