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몰아친 겨울 밤,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긴장과 마음의 흔들림을 기록한 이야기. 잊고 있던 예약, 멈춰 선 차들, 남편의 고된 귀가와 작은 라면 한 그릇 앞에서의 갈등까지 — ⸻ 약속이 취소된 날, 뜻밖의 여유 12월 3일. 지인이 다음 날 약속을 미루자고 연락을 해왔다. 영하권 강추위 예보를 듣고 걱정됐던 모양이다.나도 마침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잔뜩 쌓여 있던 터라 “그래, 다음에 봐” 하고 흔쾌히 답했다. 그 순간, 마음이 슬며시 가벼워졌다. 뜻밖에 하루가 비어버린 느낌.제대로 된 여유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잊고 있던 예약, 원치 않았던 외출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여러 번 왔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오늘 6시 피부과 예약.’ 아… 외출 안 해도 ..